[성명] 노동존중 없이 어떻게 대학을 운영하며, 학문을 가르친단 말인가!

노동존중 없이 어떻게 대학을 운영하며, 학문을 가르친단 말인가!

– 전국 대학의 동시다발적 청소노동자 인원감축을 규탄하며

 

노동자의 피폐한 삶, 최저임금의 인상이 아닌 사용자의 노동착취가 원인

이상한 일이다. 최저시급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대폭 인상되었음에도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보수언론 등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떠들어대고 이에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노동 시간을 감축하거나, 신규채용 없이 노동량을 증가시키거나 하는 행태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 ‘영세사업장’이 아닌 곳조차,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세업자의 고통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각종 건물 임대료, 프렌차이즈 가맹비, 원재료 납품가 등에서 비롯된다. 이것들이 영세업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결정적 요인이며, 이는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있는 대기업자본이 고스란히 가져간다. 그럼에도 시종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저임금노동자에게 전가하여 ‘해고’, ‘노동시간 단축’, ‘신규채용 없이 노동량 증가’ 등의 행태를 부채질하는 것은 누구인가? 왜 사용자의 노동 탄압, 착취가 정당화되며, 그로 인해 벼랑에 몰리는 것은 늘 저임금노동자인가?

 

파렴치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 벼랑 끝에 몰린 대학 내 노동자.

한 달 간 13개 대학에서 100여명이 넘는 청소·경비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했다. 이들 대학들은 정년퇴직자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려 한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규모와 형태로 인원을 감축했으나 공통적으로 각종 수당을 줄이거나 노동 강도를 높이면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울산대의 경우, 청소노동자 2명의 자리를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고 단체협약에 명시된 하루 8시간 근무를 7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개인 당 월 20만원의 임금이 줄어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없어진다. 지급하는 금액은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과 동일하게 맞추면서 시간에 따른 노동 강도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13개 대학 중 5개 대학의 ‘초단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대체’ 방침 역시 마찬가지다. 숙련도나 노동 시간 차이로 볼 때 파트타임 노동자가 정년퇴직자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리란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현직에 있는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증가시키면서 감원된 인원의 비용을 보전하려는 꼼수를 피우고 있는 셈이다. 일부 대학에선 더 특이한 형태의 노동 구조를 만들어냈다. 동국대에서는 ‘청소근로장학’을 신설해 청소를 한 학생에게 ’임금’이 아닌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고, 어떤 대학에서는 해당 건물에서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자체 청소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모두 정년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학생을 통해 그 자리를 메우려는 교묘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의 한 흐름이다. 학문의 상아탑이 학생들로 하여금 “노동자의 고통을 저당삼아 장학금 한 푼 받게 하려는” 교육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 의도는 저열하기 그지없고, 우리를 부끄럽게 그리고 분노하게 만든다.

 

노동존중 없이 어떻게 학문을 가르친단 말인가? 학내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끝까지 연대할 것.

대학 본부들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업보다 더 교묘한 수법으로 노동의 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 ‘청소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한 명의 절망은 연쇄적으로 대학 전체에 그늘을 지우며, 결국 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노조 역시 몸으로 체감하며 익힌 사실이다. 도대체 이 저열한 정책을 수행하는 대학본부는 왜 수치를 모르는가? 입학생 및 국가•민간자본을 유치할 때 운운하는 ‘대학의 전통’, ‘세계대학 00순위’ 등의 긍지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도대체 “노동 존중 없이 어떻게 대학을 운영하며, 학문을 가르친단 말인가!” 우리 대학원생들 역시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18년 1월 23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