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징계·짧은 징계시효·유명무실 인권센터 비판

[이데일리 이슬기 황현규 기자] “정부는 대학 내 위계형 성범죄를 해결하고 구성원을 보호하라!”

2018-05-30 13:08

3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대학 내 성폭력 근절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학원은 교수가 학생의 연구실적과 진로를 모두 결정하는 등 교수와 학생 간 위계구조가 심하다”며 “이런 구조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단순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권력형 사건이다. 정부와 교육부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고려대 K교수 대책위 이송희씨는 “국문과 K교수는 2005년부터 제자 다수에게 상습적 성추행을 해 왔는데 학교는 정말 K교수의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느냐”며 “K교수의 성추행 혐의가 제기된 이후 학교는 진상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와 같은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위계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은 취약해진다”며 “성폭력 교수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세워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고려대 문과대학 대학원생이었다고 밝힌 학생들은 김 교수가 2005년부터 수년 간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이후 현재까지 고려대 성평등센터에는 20여 명의 학생이 김 교수의 성추행을 경험했거나 알고 있다고 신고했다. 실명이 확인된 피해자만 7명이며 피해자 대다수는 대학원생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성추행·횡령 의혹을 받는 서울대 사회대 소속 H교수가 정직3개월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대책위 유현미씨는 “정직 3개월이란 결과는 징계 제도가 우리를 버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형사고발 된 횡령건을 교수가 저질러도 3개월 뒤면 복귀할 수 있는 곳이 서울대”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씨는 “교수는 돌아오고 학생이 자퇴할 수밖에 없는 편파적 징계제도를 바꿀 방안을 교육부에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사회대 소속 H교수는 2012년부터 4년간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남자 없이 못사는 여자들이 있다” 등 폭언을 일삼고 집 청소를 시키는 등의 갑질을 해왔다. H교수는 학생들에게 줘야 할 연구비 1500만원을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자체 조사를 거쳐 지난해 6월 서울대 본부에 중징계 처분을 권고했지만 지난 21일 정직 3개월의 처분이 최종적으로 내려졌다. 이에 사회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10명이 자퇴서를 제출했다. 유씨는 자퇴서를 낸 박사과정 학생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학과 K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A씨의 의견도 대독했다.

A씨는 “K교수는 10년 가까이 특히 저항하기 어려운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연구지도를 명목으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신체접촉을 해왔다”며 “그러나 학교는 징계시효인 5년이 지난 사건은 징계가 어렵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학원은 교수 말 한마디면 대학원생 인생이 결정되는 곳이라 재학중 신고하거나 말을 꺼내기 어렵다”며 “5년 내 피해사례가 정식 접수되지 않았다고 피해가 없다고 볼 수 없다. K교수가 파면되는 결과가 나오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중앙대 C강사 사건 비대위 유인호씨도 “학교본부와 가해 당사자, 해당학과 교수들은 규정과 절차 뒤에 숨어서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중앙대 인권센터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로 가해교수에 대한 파면권고를 했음에도 사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반복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씨는 “교육부는 인권센터가 학교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조사 할 수 있도록 자율기구로서 독립되게 존재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권센터 이외에도 피해를 가해자와 신속히 격리하고 심리치료 등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피해자 보호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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