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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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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100대 국정과제」 중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주요 내용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명시하였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한 이래 지금까지, 국제노동기구(ILO)의 8개 기본협약 중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제87호, 제98호) 및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제29호, 제105호)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 전체 191개 회원국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20개국에 불과하고, OECD 회원국 중에는 미국과 한국이 유일하다. 이들 미비준 기본협약은 가장 대표적 국제인권규범인 「세계인권선언」, 한국이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에서 선언하는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국제규범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미 1996년 OECD에 가입할 때부터 국제사회에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비준을 약속한 바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은,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및 국제인권법과 상충되는 법령·제도·관행 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위한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논의로 공을 넘겨 왔다.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이하 노개위) 공익위원들은 작년 11월 1차 의견과 금년 4월 2차 의견을 발표하며 ILO 결사의 자유 원칙에 미달하거나 심지어 상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노개위 공익위원 의견을 바탕으로 한정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조합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등도 역시 ILO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해고자, 실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을 ‘근로자가 아닌 자’로 보아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하거나 법외노조로 통보하는데 활용되어 온 노동관계법령 및 노동행정 등은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과 상충된다. 그럼에도 노개위 공익위원 의견과 사실상 정부·여당안이라 할 한정애 의원 발의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공익위원 의견의 경우에는 사업장 내 쟁의행위 제한과 같이 노동3권을 현재보다도 더욱 후퇴시키는 사용자측 제안마저 수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부가 ILO 핵심협약의 비준 주체로서 헌법상 의무를 방기하고 경사노위 뒤로 숨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동안 한국의 노동조합법은 헌법의 노동3권 실현을 구체화하는 법령이 아니라, 사실상 노동3권을 억압하는 ‘단결금지법’으로서 기능해왔다. 이런 노동조합법을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조금이라도 개선하려한다면, 정부가 헌법상 조약 체결의 비준·주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과 사실상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는 노조설립신고제도 같은 문제들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이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책임주체이기도 하다.

정부는 더 이상 경사노위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위한 적극적 실천을 해야 한다. 당장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동의를 받아 ILO에 비준서를 기탁해야 한다. 그것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국내법·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가장 믿음직한 선언이자, 노동3권의 실현을 향한 노동조합법 개정 작업의 실질적인 첫 단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