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9년 8월 1일 강사법이 시행된다.

매 학기 새로운 수업을 기다려야했던 대학의 시간강사는 이제 교원의 지위를 가진 ‘강사’로 거듭난다. 1977년 박정희 정권이 교원의 지위를 박탈한지 40년 만에 이제 겨우 대학은 전근대에서 벗어나 근대적 채용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2. 강사는 대학교육을 떠받치는 교육·연구노동자이다.

강사는 학교에 따라 30~40%의 강의를 맡아왔다. 이들은 다음 학기 강의기회를 위해서도 강의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사람들이고, 많은 학생들 역시 강사의 강의가 충분히 우수함을 인정하고 있다.

강사들은 교수가 맡지 않는 세부전공과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맡아온 연구자였다. 학문이 발전하면서 세부전공은 더욱 정교하게 분화되었지만, 국내 교원 임용의 문은 좁아졌다. 교수를 특권화하고 임금을 몰아주는 대신,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비전임 교원이거나 시간강사였다. 이들은 박봉과 불안을 감수하며 자신의 세부전공을 연구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수업을 제공함으로서 대한민국의 최소한의 학문적 다양성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강사직은 일부 수료생에게 귀한 일자리이자, 학문후속세대의 입장에서 거칠 수밖에 없는 경로이며, 고등교육의 담당자들이다. 이들을 살려야 대학 교육이 산다. 강사직이 건전하게 유지되어야 미래에도 연구자들이 생길 수 있다.

대학이 그 동안의 차별과 폐습을 고치지 못하고 학문다양성과 교육을 담당하던 강사들을 내쳐버린다면 수많은 연구자들은 대학을 떠날 것이며 그 결과 대학과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은 모래성처럼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말 것이다.

3. 강사법의 통과는 계기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강사들과 연대하여 그간의 적폐를 청산할 과제가 남아있다.

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40년이 이어지면서 대학 교원들 사이의 극단적 위계를 형성했다. 신자유주의의 근원지라 불리는 미국조차도 정교수 평균연봉과 강사의 평균연봉이 딱 2배에 그치는 데에 비해, 한국은 13배에 달하는 초현실적인 임금격차를 형성했다. 이건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총체적 실패이다.

결국 대학은 민주시민의 양성보다는 학벌과 직종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법을 몸소 가르치는 신분제의 재생산기구가 되어버렸다. 교수집단은 기득권에 안착해 이를 고칠 역량을 잃었고, 강사는 생존에 급급해 싸울 수 없었으며, 대학원생은 억대 연봉의 교수직과 1천만원 연봉의 강사를 번갈아 보면서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열악한 강사직은 신진연구자의 입장에서 심각한 불안정과 부담이고, 이는 주로 경제적으로 유복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공부를 결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체계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학자가 되는 풍토를 구축함으로써 대학을 상류층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곳으로 만들어왔다.

강사의 임용의 임의성은 대학원생 과정에서 ‘졸업’과 더불어 ‘강의 자리’를 받기 위한 끊임없는 눈치보기를 양산했고 대학 연구에서 이전 세대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학풍을 저해하였다.

그러나 강사는 이제 교원이며 대학 내에 민주적 구성원으로서 대학평의원회 참여 등 권한과 역할을 존중받아야 한다.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대학에게 강사는 전체 재정의 1~5% 만으로도 대학 수업의 30~40%를 해결했던 심각한 착취를 근절해서 대학의 새로운 연구와 교육의 동력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4. 2019년 2학기 수강신청 대란은 대학과 교육부의 책임이다.

작년 1학기에 약 15000명의 강사들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2학기 역시 그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은 지금까지 진행되어오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에서의 일반재정지원의 평가항목으로 강사고용 지표를 넣는다 하여도, BK21+선정 평가에서 학문후속세대 고용지표를 넣는다 하여도 듣는 척만 할 뿐 요지부동이다.

교육부는 이런 대학의 저항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한 대처를 내려야 한다. 재정지원의 지표에서 점수 격차를 확대해야 하고, 대학교육을 볼모로 삼고 자기파괴적인 방식으로 시위하는 대학에는 감소한 강사 수에 비례하여 입학정원을 감축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각성해야 한다. 그 동안 극단적 희생을 감수한 강사들이다. 이들에게 대학에서의 최소한의 시민권과 1년 단위의 계약이라는 최소안정성을 부여한 게 이번 강사법이다. 대학이 엄살을 부렸던 방학중 임금의 금액 일부를 정부가 지급하며, 나머지는 계약으로 정하게 되어있다. 8개월 동안 준 기존 임금을 12개월로 쪼개준다는 대학 얘기는 들어봤어도, 방학중 임금을 대폭 책정한다는 대학은 찾지 못하였다. 더 이상 재정적 부담을 핑계로 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재정에 대한 또 다른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대학의 전체 인건비 중 교수의 임금은 대략 80% 수준인데(강사는 대략 5%), 수년 뒤부터 교수의 20~30%를 차지하는 고액 연봉의 베이비붐 세대 교수들이 대거 은퇴한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만 말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기존 규모의 강사들과 함께 상생하는 길은 충분히 가능하다.

5.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학은 사라진 수업을 다시 개설하라!

추가 공개채용을 통해 강사들을 채용하라. 8월 초도 늦지 않았다. 지금 수준의 강의 규모라면 9월 수강신청의 대혼란과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추가적인 강사채용으로 무너진 수업을 조금이라도 복구하는 것이 당장 대학과 교육부가 매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교육부는 대학을 적극 감독하고 강의 축소 대학에 입학정원 축소하라!

대학 교원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할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을 시작으로 극단적인 불평등을 시정하고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대학으로 나아가자.

2019.8. 1.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