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학은 결국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



지난 8월 9일,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의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다. 고인이 발견된 곳은 직원 휴게실이었다고 한다. 말이 휴게실이지 성인 두 명이 나란히 눕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좁은, 그 흔한 에어컨 한대 없는 공간이다. 그 날 역시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염천의 날씨였다. 고령의 청소노동자가 지친 몸을 쉬게 하기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이다. 그 어떤 사람도 그런 곳에서 쉬게 해서는 안 된다. 

고인이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다는 이유로 대학 측은 이 사건을 ‘병사’로 이야기하며, ‘열악한 근무 환경과는 무관하다’고 선긋기하고 있다. 그러나 고인의 죽음이 대학 내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들의 참담한 노동조건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대학은 그 거대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고용형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소리와 요구는 묵살되기 일쑤다. 

옥상이나 계단 밑의 가건물, 원래대로라면 창고로 쓰였을 공간에서 힘겹게 휴식을 취하는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들의 모습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비워지지 않은 쓰레기통이나 더러운 화장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즉각적이지만,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잘 가시화되지 않는다. 내 눈에 보이는 강의실이, 화장실이, 벤치가 깨끗하기만 하다면 그것이 어떤 이들의 노동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암묵적으로 차별과 위계를 재생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 노동 환경은 어떠한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들을 대학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로봇청소기도, 방범용 CCTV도 아니다. 그들 역시 육체와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염천에 선풍기 한 대 돌아갈 뿐인 꽉 막힌 공간에서 쉬어서는 안 되는, 똑같이 존중받아야만 하는 인간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에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큰 비극이다. 노동자는 그 기능만을 써먹다가 언제든 폐기해버릴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서울대학교가 이번 사건을 진정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대학 내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즉각 개선하라! 

대학 내 모든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과 노동환경을 보장받는 날까지 전국대학원생노조는 모든 대학의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싸울 것이다.

2019년 8월 13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