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대상은 고등교육이 아니라 교육부다

지난 9월 9일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임시방편으로 운용된 ‘원격 수업’ 을 코로나 이후에는 온전히 개방하여 대학 자율에 맡기고 교육부가 이를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원격교육 규제 철폐가 불러올 참사는 곧 고등교육의 종말일 것이다. 진리를 탐구하고 논의하는 대학에서 면대면 소통은 기본 조건이다. 제 아무리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다하더라도 원격교육은 교수자와 학생이 면대면으로 진행한 교육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할퀴고 간 지난 반년 동안 대학교육은 불가피하게 원격교육을 수용한 것일 뿐이다. 이를 악용하지 말라!

둘째, 사이버강의 전면 확대는 대학 자본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를 핑계로 교수・직원・조교 등의 인건비를 대폭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우려할 지점에도 불구하고 혁신안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

셋째,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분개했던 지점이 무엇인가? 온라인 강의가 전면화 되었음에도 왜 등록금은 그대로냐는 점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혁신방안 어디에도 원격교육 확대와 교육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교육부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왜 원격교육 확대에 교육비 감액의 내용은 빠져있는가?

넷째, 원격교육 확대와 대학간 네트워크는 향후 고등교육 시스템의 방향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방안 어디에도 고등교육 정책의 중장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 자본의 청탁을 고스란히 수용하면서 혁신이란 포장지를 씌웠을 뿐 향후 예측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바로 내년부터 전면시행하는 것도 문제다.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혁신안”을 부작용에 대한 대책고려조차 없이 이듬해부터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교육부는 왜 이리 조급한가?

다섯째, 도대체 이 혁신안을 발표하기 전에 대학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했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가 보도자료와 함께 발표한 참고자료에는 “학생 71.9%가 코로나 상황 이후에도 원격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 “교원 73%가 향후 수업혁신에 도움, 65%가 수업역량 강화에 기여 예상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의 공신자료에 출처조차 언급되지 않은 통계자료가 포함된 것도 경악스러운 일이고, 동원된 통계조차도 현장의 반응과 너무 다른 내용이라 신뢰할 수 없다. 그 전에 대학 단위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그 전체 내막을 모두 공개하라!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는 교육부의 졸속・독단적 정책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 자본의 거수기가 되기로 결심했는가? 고등교육정책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인가? 대학원생노조는 코로나19 시대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고등교육의 진리는 스승과 제자가 함께 앉아서 서로 도를 논한다는 ‘동좌문도(同坐問道)’ 정신에 있다고 믿는다. 원격수업 확대정책 안에는 자본의 논리만 보일 뿐이다. 혁신 정책 걷어치우고 당장 교육부부터 혁신하라!



2020. 09. 14.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