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GRADUATE EMPLOYEE UNION

대학원생 인건비 유용, 이제는 근본적인 근절대책이 필요하다!

대학이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지 이제 20여년이 흘렀다. 국가과제와 기업과제를 수주하여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 특히 대학원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되었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대학원생들의 노동이 연구개발에 투입되었다. 이제 대학은 기업 과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정부 재정으로 연간 약 5조원의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이는 국가연구개발의 약 1/4에 해당한다. 이 수 많은 연구개발을 누구의 노동으로 수행했는가? 바로 대학원생,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산학협력단의 직원, 교수의 노동이었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의 노동은 ‘학생’이라는 명분 아래에서 싸게 쓰였고, 그들의 노동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데 있어서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기본적 원칙조차 제대로 서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존재하는 학생인건비 유용의 문제는 답답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올해 조승래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파악된 인건비 유용금액만 23억원이다. 이 금액은 단지 적발된 사례만 집계된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대학원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인 대학원생의 통장에 들어온 돈을 다시 걷어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온 이 악습은 대학의 연구개발제도가 가진 한계를 직시해야만 근절할 수 있다. 인건비를 갈취하는 중범죄는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개별적인 부도덕한 교수를 욕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필요한건 제도개혁이다. 학생인건비를 연구기관 이상의 단위로 통합관리하라!

대학원생의 인건비 유용, 그리고 인건비 공동관리에 대한 근절대책의 핵심은 대학원생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급 및 관리하는 제도적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연구책임자 중심의 풀링으로는 약하다, 최소한 대학 이상의 단위로 인건비를 통합관리 하여서 개별 연구실이 인건비 문제 때문에 허덕이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대학 또는 그 이상의 단위에서 인건비를 통합하여 관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인건비 지급의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개별 연구실별로 인건비를 확보하고 운영하는 각자도생의 구조로는 인건비 유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산학협력단을 대학과 통합하고 대학의 연구행정역량과 책임을 강화하라!

또한 산학협력단의 기형적 구조가 함께 개혁되어야 한다. 지금의 산학협력단은 대학이 수행하는 연구행정의 업무와 기술사업화 등을 빼내서 별도로 분리된 법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산학협력단은 대학 입장에서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산학협력단의 직원은 긴축적인 운영 속에서 대학 교직원과는 고용상의 차별을 당하면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행정인력의 부족은 당연히 연구지원 및 연구비 관리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소화되지 못하는 행정업무는 대학원생이나 개별 연구실에서 따로 고용한 직원을 통해 수행된다.

연구와 교육이 애초에 분리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억지로 연구행정을 분리하여,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산학협력단은 대학의 정식 연구행정부서로 통합하고 대학의 책임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 연구 규모에 걸맞은 인원을 확보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이들의 업무를 연구행정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새로운 일자리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본격적으로 대학의 연구행정역량이 강화될 수 있으며 학생인건비의 유용이 발생하지 않는 행정적 역량을 갖출 수 있다.

대학원생도 일을 한다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라!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너무 많은 악습이 누적되어왔던 대학원을 바꾸려면 그 당사자에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와 힘을 부여해주어야 한다. 대학원생이 단결하여 서로를 지켜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들에게 부당한 권리침해에 목소리를 내면 그것을 반영하여 정책을 시정해야 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이용해 사용자인 대학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 소속되어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대학원생 연구원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일한만큼의 합당한 권리를 인정해줄 때, 대학원생 스스로 인건비 유용을 거부하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2020. 11. 24.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카테고리: Uncateg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