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위태함에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위태로운 삶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입학금 폐지, 등록금 인하 그리고 장학금 확충과 같은 고등교육 현안에 있어 대학원은 매번 열외에 놓였습니다. 대학원생은 연구실이나 학회에서 저(무)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한편 교수의 폭언과 폭행에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인격적 모멸감, 대학원생이라면 피할 도리가 없는 ‘젊은 날의 고생’인 걸까요? 먼 훗날 연구자로서의 성공을 위해 이 모든 위태함을 가능성의 조건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참고 견디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모든 견해들에 반대합니다. 이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모든 위태함과 근본적으로 작별 할 때입니다.
 

연구자의 삶은 노동자의 삶이자 주체적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작별을 고할 수 있을까요? 대학원생은 이미 사회의 공공 가치인 연구와 학문을 생산하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대학원생은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이고,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이 사회의 시민입니다. 동시에 대학원생은 연구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고 그 책임을 위해 실천하는 주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능적 전문성의 틀에서 벗어나 현재의 위태한 현실을 지식의 위기이자 공동체의 위기로 사유하는 주체적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생활이 바쁘고 할 일이 많다고 그 역량의 발휘를 미룰 수는 없습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게 됩니다.
 

구조와 대결함으로써 바꿔야만 합니다.

대학원생 처우 문제는 구조로부터 기인합니다. 연구자가 생애를 보내는 대표적 장소인 대학과 학회는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원생을 저렴한 노동력으로 혹은 허드렛일 담당의 도제로 활용합니다. 몇몇 선한 전임자의 존재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의 사회가 그 자신의 재생산 외에 다른 것을 상상하지 못하게끔 하는 더 큰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구조와 대결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착취당하고 또 뒤에 올 사람들을 착취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선배 연구자와 후배 연구자가 서로를 존중하고 연구 노동의 공공성이 빛나게 하는 일, 그 근본적인 조건을 다시 세우는 것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목표입니다.
 

노동조합이 가장 앞에 서겠습니다.

다시 말하건대 대학원생의 고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연구자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는 공동체를 거듭 세우고 그 안에서 대응의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대학원생의 학내‧외 노동권 및 인권 보장을 위한 투쟁 외에도 정책 연구 및 제안, 토론회, 조합원 교육 등 다양한 기획을 추진하는 민주적 조직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어려움을 만나든 노동조합이 곁에 있겠습니다. 대학원생의 행복한 삶을 위한 모든 투쟁의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가장 앞에 서겠습니다. 노동조합과 함께 갑시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 구슬아 배상